병실단상(病室斷想)

지하철 계단을 막 내려서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여보 나 넘어졌어요. 빨리 와요”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이었다. 대곡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명동 집을 함께 나셔 나는 중간에 들릴 곳이 있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아내는 뒤따랐다. 사유도 물을 겨를 없이 되돌아 마구 뛰었다. 동물병원 모퉁이를 지나 어둠 컴컴한 긴 골목 중간쯤에 몇 사람이 둘러선 가운데 아내가 땅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이웃에 사는 삼종조카가 아내를 일으키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함께 부축해서 일으키는데 심한통증을 호소했다. 바로 옆에 있는 오 정형외과에 나 혼자 뛰어 가봤더니 의사가 퇴근하고 없었다. 이 상태로 대곡에는 갈 수없고 우선 대명동 집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조카와 양쪽에서 붙들고 걷는데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사유인즉 날이 저물어 어둠사리가 낀 긴 골목길을 아내가 걸어가는데 마침 마주친 삼종이 반갑다고 “아지메 어디 가는기요?” 하면서 소매를 잡았다는 것이다. 말소리는 미쳐 못 듣고 괴한인줄 알고 뒤로 피하다가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는 것이다. 하룻밤만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안정하면 풀릴 것이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점점 더 통증을 호소했다. 애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큰애와 둘째가 차를 몰고 급히 와셨다. 둘째가 통증부위를 만져보더니 골절의심이 있다면서 병원으로 가자고했다. 둘째 차에 태우고 본리 네거리 우리병원으로 달려갔다. 개인 연합 병원으로 야간 응급실이 가동되고 있었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척추 골절이 의심된다면서 우선 입원을 시키고 이튼 날 M R I 촬영결과 흉추 12번 골 다공성 압박골절로 판명되었다. 다음날 18일 수술을 했다. 넘어지면서 몸무게의 압력으로 흉추 관절이 압박을 받아 골절이 된 부위를 원상태로 교정을 하고 공간에 인공 이물로 충전을 했다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충전된 이물이 하얀 음영으로 보였다. 자다가 얻은 병이라 더니 어이가 없었다. 반갑다고 소매를 잡았는데 조카를 원망할 수도 없고 조카도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조금만 일찍 갔던지 늦게 갔더라면 아니 내가 함께 걸어갔더라도 당하지 안했을 텐데. 여러 가지 후회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아이들은 직장에 나가고 내가 주야로 꼬박 붙어 있어야 했다. M R I 과 초음파는 의료보험도 안 되고 그기에 1인실은 하루입원료가 8만 원이라 했다. 이래저래 부정적으로 생각하니 끝이 없고 마음만 더 상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려먹기로 했다. 만약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더라면. 그리고 분쇄골절로 신경절단이 되었더라면 사망 또는 식물인간이나 불구자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오싹 들며 불행 중 다행으로 감사하게 했다. 특실비야 저희들이 정했으니 알아서 낼 것이고 이왕 입원했으니 그동안 나는 만날 복지관에 가서 탁구도 치고 요가도하며 어울려 보내느라 여념 없었고 아내는 교회와 성경책 외는 나와는 서로의 취미가 달라 잔정을 나눌 계기 없이 그냥 덤덤하게 지내왔었는데 이번기회에 1등 병실을 호텔 특급실로 삼아 황혼 신행 온 셈치고 지난 추억들을 되새기며 보내기로 했다. 명절 때나 수인사 안부로 때우든 사돈도 찾아와서 정담도 나누게 되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이 생각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병원에 와서 며칠 있어보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하며 별 탈 없이 보내는 일상의 행복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관리를 잘해야 하며 평소의 건강관리에 더욱 유념키로 다짐했다.
또 한 가지는 이번 아내의 골절상이 골 다공성이라 했다. 젊은 사람이나 골다공증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 정도의 충격에 넘어지지도 안 했을 것이고 넘어져도 골절까지는 안 되었을 것이다. 골다공증은 60대는 60% 70대는 70% 80대는 80%라는 글을 본바 있다.
나는 5년 전에 탁구를 치다가 실족 넘어지면서 옆 탁구대 모서리에 오른쪽 옆구리를 받아 늑골 네 개의골절상으로 고생한바 있는데 그 때 골 밀도검사결과 경도의 골다공증이 있다 해서 지금까지 계속 골다공증 예방약을 복약하고 있는데 검사결과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데도 예방으로 계속 먹고 있다. 아내는 골 밀도 검사결과 중등도의 골 다공성이 있다고 했어 앞으로 꼭 복약키로 했다. 특히 남자보다 여자가 많으며 안개다리 가 된다든지 허리가 꼬부라지는 꼽추 현상은 거의가 골 다공성이라 했다. 대곡 큰애 집에 오가느라 지하철 계단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는데 앞으로 조심을 해야겠고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도 삼가 하기로 했다.
내일 퇴원을 해서 집에서 안정해도 된다고 하니 12일간 입원한 셈이다. 매일 새벽산책과 복지관 나들이에 탁구치기와 요가 등으로 판에 박은 듯한 일상생활 리듬이 흐트러져 몸이 굳어져버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순간의 일수로 올해의 액땜을 한 것으로 자위하며 병실단상을 적어봤습니다.

2010년 5월 26일 우리병원 706호실에서